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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와 소녀의 이야기로 알려진 이 영화는 지금 봐도 독특한 정서를 가진 작품이다. 그런데 배역이 정해지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영화 속 이야기 못지않게 극적인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섭외비화: 선물이 된 시나리오
장 르노는 그랑블루가 세계적으로 히트한 뒤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뤽 베송이 자신의 집으로 저녁 식사에 초대하더니, 대본을 건네며 이건 당신을 위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장 르노는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다고 전해진다. 흥미롭게도 악역인 스탠스필드 역은 원래 다른 배우에게 제안이 갔지만, 상대역을 맡을 배우가 베송 감독의 아내였다는 걸 의식해 고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두 사람의 신뢰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대본의 완성도를 따지기 전에 사람에 대한 믿음이 먼저였던 셈이고,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장 르노를 할리우드로 이끈 발판이 됐다. 훗날 이 영화가 감독판으로 재개봉하면서 26분 분량이 새로 추가됐는데, 국내 배급사가 이를 다소 자극적으로 홍보하면서 논란이 인 적도 있다. 정작 추가된 내용은 레옹의 과거와 두 사람의 관계를 좀 더 깊이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고 한다. 뤽 베송 특유의 편집 방향이 극장판과 감독판 사이에서 이렇게 다른 인상을 남긴다는 것도, 다시 보면 새롭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참고로 스탠스필드가 소리를 지르며 고함치는 그 유명한 장면도 원래 대본에는 없던 것으로, 게리 올드만이 감독을 웃기려고 즉흥적으로 던진 애드리브이었다고 한다. 상대 배우가 놀라는 반응 역시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놀란 표정이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악역 스탠스필드를 연기한 게리 올드만도 빼놓을 수 없는데, 당시만 해도 영화 속 악당은 대개 근육질에 우락부락한 외형이 정석이었다. 그런데 말끔한 양복을 입고 겉으로는 평범한 형사처럼 보이던 인물이 약을 삼키며 광기를 드러내는 이 캐릭터는 당시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겼고,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부패 경찰과 뒤틀린 악역 캐릭터의 원형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요약: 뤽 베송은 저녁 자리에서 장 르노에게 레옹 시나리오를 선물처럼 건넸고, 장 르노는 내용을 보지도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캐스팅: 두 번 퇴짜 맞다
마틸다 역의 나탈리 포트만은 원래 캐스팅 디렉터에게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한 번 돌려보내진 적이 있다. 이후 뉴욕에서 진행된 오디션에는 그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십 대 배우들이 몰렸다. 그런데 뤽 베송은 이 오디션 영상들을 보고 크게 실망하며, 세상 물정을 다 아는 것 같은 배우 말고 순수함이 남아 있는 아이가 필요하다는 뜻을 강하게 전달했다고 한다. 결국 담당자는 예전에 퇴짜 놓았던 포트만을 다시 떠올렸다. 내가 보기엔 이 우여곡절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마틸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열두 살짜리 배우가 장 르노, 게리 올드만 같은 노련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캐스팅은 결과적으로 뤽 베송 감독 커리어 최고의 결정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요약: 나탈리 포트만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한 번 퇴짜를 맞았지만, 이후 다시 기회를 얻어 마틸다 역에 최종 캐스팅됐다.
후일담: 스타덤 뒤의 그림자
열두 살 무렵 이 영화로 단숨에 스타가 된 나탈리 포트만이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마냥 좋은 기억으로만 남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는 미국에서만 1900만 달러 넘게 벌었고 전 세계적으로는 1억 5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했으며, 한국에서도 서울 관객 60만 명을 넘기는 대박을 냈다. 그런데 영화가 흥행한 뒤 학교 친구들뿐 아니라 선생님까지 그녀를 시기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밝힌 인터뷰가 있다. 훗날 한 연설에서는 개봉 후 처음 받은 팬레터를 열었을 때, 그 내용이 자신을 대상으로 한 불쾌한 것이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건 좀 의외였는데, 화려한 흥행 성적과 데뷔 뒤에 이런 어두운 이면이 함께 있었다는 걸 알고 나면 영화를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진다. 그럼에도 나탈리 포트만은 성인이 된 뒤에도 이 영화와 뤽 베송에 대해 꾸준히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최근 인터뷰에서는 다시 연기해보고 싶은 배역으로 마틸다를 꼽기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