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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 도중 거센 모래 폭풍을 만난 대원들은 동료 한 명이 죽었다고 판단하고 급히 행성을 떠난다. 그런데 그 동료는 살아 있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이 영화는 지구에서 수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붉은 행성에 홀로 남겨진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의 생존기를 그린다. 고립과 생존이라는 소재만 놓고 보면 무겁고 절망적인 영화를 예상하게 되는데, 막상 보면 의외로 유쾌하고 경쾌하다. 처음엔 이렇게 극한의 상황에서 농담을 던지는 주인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끝까지 보고 나면, 그 유머야말로 이 영화가 말하는 생존의 가장 중요한 도구였다는 걸 알게 된다.
캐릭터해석: 절망 대신 답을 찾는 사람
와트니는 자신이 혼자 남겨졌다는 걸 깨달은 직후, 남은 식량으로는 구조대가 올 때까지 결코 버틸 수 없다는 계산부터 한다. 그리고 절망하는 대신 문제를 하나씩 풀기 시작한다. 기지에 남은 감자와 대원들의 배설물로 흙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로켓 연료를 분해해 물을 만들고, 오래전 화성에 버려진 탐사선을 찾아내 지구와 통신할 방법을 만들어낸다. 그러고 보면 와트니가 살아남은 건 그가 영웅이라서가 아니다. 과학자로서 문제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그는 매일 영상 일지를 남기며 자신의 실수까지 농담으로 바꿔버린다. 물을 만들다 폭발 사고를 내고 그을린 얼굴로 카메라 앞에 앉아서도, 대장이 남기고 간 디스코 음악 취향을 투덜거리면서도 그는 웃는다. 이 유머는 현실 도피가 아니라 정신을 붙잡아두는 방식이다. 혼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듯 기록을 이어가는 것. 과학이 몸을 살리고, 유머가 마음을 살린다. 와트니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는 인물이다.
요약: 와트니는 감자 농사와 물 만들기, 통신 복구까지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과학자의 태도와 실수조차 농담으로 바꾸는 유머로, 몸과 마음을 함께 지켜내며 살아남는다.
갈등구조: 적이 없는 싸움
이 영화에는 악당이 없다. 와트니를 버리고 떠난 대원들은 그가 죽었다고 믿었을 뿐이고, 나사의 책임자들도 그를 구하기 위해 저마다 최선을 다한다. 영화 속 갈등은 사람과 사람 사이가 아니라, 인간과 화성이라는 자연 사이에 놓여 있다. 공기도, 물도, 먹을 것도 없는 행성. 한순간의 실수로 기지가 찢겨나가고, 공들여 키운 감자밭이 하룻밤 새 얼어붙는다. 웃기는 건, 이 거대한 적이 아무런 악의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화성은 와트니를 죽이려 하지 않는다. 그저 인간이 살 수 없는 조건으로 그곳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싸움은 분노나 증오로 이길 수 없다. 오직 계산과 인내, 그리고 다음 문제를 푸는 끈기로만 버틸 수 있다. 지구에서도 같은 종류의 싸움이 벌어진다. 나사는 시간과 예산, 물리 법칙이라는 한계 안에서 구조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 안에서 의견이 부딪친다. 하지만 그 대립조차 누가 옳으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느냐를 두고 벌어진다. 적이 없는 갈등이 이렇게 긴장감 있을 수 있다는 게 새로웠다.
요약: 영화 속 갈등은 악당이 아니라 아무런 악의 없이 인간이 살 수 없는 조건으로 존재하는 화성과의 싸움이며, 지구의 대립마저 한 사람을 어떻게 살릴지를 두고 벌어진다.
메시지: 혼자가 아니었던 생존
와트니를 구하는 일은 결국 한 사람의 힘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사의 젊은 연구원은 화성을 떠나 지구로 돌아오던 탐사선을 다시 화성으로 돌려보내는 궤도를 계산해낸다. 보급선 발사가 실패하자, 중국 국가항천국은 비밀로 하던 로켓을 내어주며 구조에 손을 보탠다. 그리고 지구 귀환을 눈앞에 뒀던 대원들은 자신들의 임무 기간이 1년 넘게 늘어나는 걸 감수하고, 만장일치로 동료를 데리러 화성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다르게 보면 이 영화는 생존기가 아니라 협력에 대한 이야기다. 수십억 명이 사는 지구 전체가 단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이야기. 마지막 구조 장면에서 대장 루이스는 우주로 날아오른 와트니를 직접 붙잡기 위해 밧줄에 몸을 묶고 우주 공간으로 나간다. 그리고 지구로 돌아온 와트니는 우주비행사 후보생들 앞에서, 문제가 생기면 하나를 풀고 또 다음 하나를 풀면 된다고 말한다. 거창한 희망 대신 아주 실용적인 낙관. 혼자서 시작한 그 끈기가, 결국 세계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