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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잉 인 더 레인은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의 뮤지컬 영화로 자주 꼽히는 작품이다. 화면만 보면 배우들이 그저 신나게 웃고 노래하고 비를 맞으며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 촬영 과정을 들여다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고열에 시달리며 찍은 장면, 흔히 알려진 촬영 비법의 진위, 그리고 한 배우가 겪은 힘든 시간까지 하나씩 짚어본다.
촬영비화: 하루 반나절 만에 탄생한 그 장면
영화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우산을 들고 빗속에서 노래하는 그 장면. 사실 진 켈리는 이 장면을 찍을 당시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내였던 퍼트리샤 워드 켈리가 훗날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체온이 섭씨 39도를 넘는 상태였다고 한다. 당시 켈리는 감독, 안무, 주연을 동시에 맡고 있어서 촬영을 미룰 여유가 없었다. 스태프들은 촬영 중간중간 찬물을 끼얹었고, 켈리는 세트를 덮은 천막 밖으로 나가 햇볕을 쬐며 열을 식힌 뒤 다시 들어가 촬영을 이어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을 다시 보니 느낌이 달라졌다. 화면에서는 그렇게 가벼워 보이는 발걸음이, 실제로는 아픈 몸을 이끌고 겨우 찍어낸 결과물이었다는 거다. 촬영 당시 물 압력 문제도 있었다고 하는데, 저녁마다 동네 주민들이 마당에 물을 주면서 수압이 떨어져 비가 제대로 안 쏟아진 탓에, 이후 촬영은 이른 시간대로 옮겨서 진행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힘들게 찍은 장면이 정작 하루 반나절 만에 끝났다는 점이다. 지금은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면으로 남았는데, 완성까지 걸린 시간과 지금의 명성 사이의 격차를 생각하면 좀 묘한 기분이 든다.
요약: 진 켈리는 39도가 넘는 고열 속에서 그 유명한 빗속 장면을 찍었는데, 정작 촬영은 하루 반나절 만에 끝났다.
연출: 비밀은 조명 하나였다
이 장면과 관련해서 오랫동안 떠돌던 이야기 중 하나가, 빗물이 화면에 잘 보이게 하려고 물에 우유를 섞었다는 설이다. 그런데 이건 사실이 아니다. 공동 감독을 맡았던 스탠리 도넌이 직접 이 소문을 부인했는데, 실제로 쓰인 방법은 조명이었다. 빗물은 투명해서 앞에서 비추면 잘 안 보이는데, 뒤쪽에서 빛을 쏘면 물방울이 빛을 굴절시키면서 훨씬 선명하게 찍힌다고 한다. 이건 좀 의외였는데, 그렇게 단순한 조명 원리 하나로 그 장면의 분위기가 완성됐다는 게 신기했다. 이런 식으로 오래된 영화일수록 그럴듯한 뒷이야기가 붙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확인해보면 기술적인 해법은 오히려 훨씬 단순한 경우가 흔하다. 화려해 보이는 장면 뒤에는 대개 지극히 실무적인 문제 해결이 있었던 셈이다. 이 영화에는 이것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뒷이야기도 있다. 도널드 오코너가 부른 명곡 메이크 뎀 라프는, 사실 몇 년 전 나온 콜 포터의 비 어 클라운과 곡 구성이 거의 동일하다. 각본을 쓴 베티 콤든조차 나중에 이 정도로 닮은 곡을 어떻게 눈치 못 챘는지 모르겠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다만 원곡을 쓴 콜 포터는 소송을 걸 만한 근거가 충분했는데도 끝내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
요약: 빗물에 우유를 섞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고 뒤에서 비추는 조명이 비법이었으며, 도널드 오코너의 명곡 하나는 콜 포터의 곡과 놀랍도록 비슷했다.
배우비화: 눈물의 굿모닝 장면
이 영화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낸 배우는 아마 데비 레이놀즈였을 거다. 당시 그녀는 열아홉 살이었고, 원래 체조 외에는 춤을 배운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노련한 무용수인 켈리, 오코너와 함께 주연을 맡게 됐다. 켈리는 연습 과정에서 그녀의 실력 부족을 대놓고 지적했고, 레이놀즈는 상당히 힘들어했다고 한다. 굿모닝 장면을 찍을 때는 신발 안에 피가 날 정도로 반복 촬영을 했는데, 정작 쓰인 테이크는 가장 처음 찍은 장면이었다는 후일 인터뷰도 있다. 한번은 연습 도중 너무 힘들어서 피아노 아래에 숨어 울고 있었는데, 마침 근처에 있던 프레드 아스테어가 이를 발견하고 위로하며 춤을 도와줬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내가 보기엔 이 일화가 이 영화의 화려한 이미지와 가장 대조되는 지점이다. 화면 속에서는 그렇게 밝고 경쾌하게 나오는 장면이, 뒤에서는 눈물과 상처로 채워져 있었던 거다. 훗날 켈리 본인도 그때 너무 매섭게 대했다는 걸 인정했다고 하니, 시간이 지나서야 나온 뒤늦은 사과인 셈이다. 레이놀즈는 이후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찍는 것과 출산, 이 둘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두 가지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요약: 데비 레이놀즈는 굿모닝 장면을 찍으며 신발 안에 피가 날 정도로 반복 촬영을 했고, 이 경험을 훗날 "출산보다 힘들었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