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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는 명대사의 영화로 불릴 정도로 각종 영화 명대사 목록에 빠짐없이 오르는 작품이다. 다만 이 영화를 다시 들여다보면, 정작 많이 알려진 이야기 중에 실제와 다른 부분이 꽤 있었다. 가장 유명한 대사부터,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사연, 하마터면 바뀔 뻔했던 노래까지 하나씩 짚어본다.
오해정정: 그런 대사는 없었다
카사블랑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사는 아마 "다시 한번 연주해 줘요, 샘"일 거다. 그런데 실제 영화에는 이 대사가 없다. 일사가 대본에서 하는 말은 "한 번만 연주해 줘요, 샘, 옛날처럼"이고, 이후에는 "연주해 줘요, 샘, 타임 고즈 바이를"이라고 말한다. "어게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대본에 등장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실을 알고 좀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오랫동안 명대사로 불려 온 문장이 사실은 영화 밖에서 만들어진 말이었다는 거니까. 이후 다른 매체나 패러디에서 이 대사가 반복적으로 언급되면서 실제 대사와 뒤섞였다는 설명이 일반적이다. 대본 자체도 촬영 내내 수정이 이어졌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배우들이 결말을 전혀 모른 채 촬영했다는 이야기는 다소 과장된 축에 속하지만, 상당수 장면이 촬영 순서와 대본 수정이 겹치면서 배우들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혼란스러운 촬영이었던 건 맞는 듯하다. 릭 역할을 배우 로널드 레이건이 맡을 거라는 소문도 오랫동안 떠돌았는데, 이것 역시 사실과 거리가 있다. 영화사가 초기에 낸 홍보성 보도자료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 실제로는 레이건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진지하게 검토된 적조차 없었다고 한다.
요약: "다시 한번 연주해줘요, 샘"이라는 대사는 실제 영화에는 없는 말이고, 릭 역을 로널드 레이건이 맡을 거라던 소문도 근거 없는 이야기였다.
배우비화: 실제로 도망쳐온 배우들
이 영화에서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카사블랑카를 떠나려는 난민들을 연기한 배우 중 상당수가 실제로 나치 점령지에서 도망쳐온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나치 장교 슈트라서 역을 맡은 콘래드 파이트는 아내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독일을 떠나야 했던 배우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에서는 정작 나치 장교를 연기했다. 페터 로레는 빈과 베를린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배우였다. 카페 주인 역의 S.Z. 자칼은 헝가리 출신인데, 가족 중 여럿이 강제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마르셀 달리오와 그의 배우자 마들렌 르보 역시 1940년 파리를 떠나 미국으로 온 부부였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카페 안에서 난민들이 짓는 표정이 단순한 연기로만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이 영화가 오랫동안 힘을 갖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허구의 이야기 위에, 그 시절 정말로 벌어지고 있던 일들이 그대로 겹쳐 있었던 셈이다. 영화 중반, 카페에 모인 사람들이 독일 노래를 덮어버리려고 프랑스 국가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이본 역을 맡은 마들렌 르보가 눈물을 흘리는데, 이건 연기가 아니라 실제 눈물이었다고 한다. 파리를 탈출해 온 지 얼마 안 된 그녀에게는 그 장면 자체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셈이다.
요약: 난민을 연기한 배우 상당수가 실제로 나치를 피해 도망쳐온 사람들이었고, 프랑스 국가를 부르는 장면에서 흘린 눈물도 연기가 아니라 진짜였다.
개봉비화: 전쟁이 개봉을 앞당겼다
영화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곡 애즈 타임 고즈 바이도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다. 작곡가 맥스 스타이너는 이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곡으로 바꾸고 싶어 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주연을 맡은 잉그리드 버그먼이 이미 다음 작품 촬영을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른 상태였고, 이 곡이 들어간 장면들을 다시 찍을 수가 없었다. 결국 곡은 그대로 남았고, 지금은 영화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든 존재가 됐다. 이 영화는 원래 무대에 오르지도 못한 미완성 희곡 "모두가 릭의 카페로 온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시작을 생각하면 이후 행보가 더 극적으로 느껴진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까지 가져갔다. 개봉 시점도 우연이 크게 작용했다. 원래는 1943년 중반에나 걸릴 예정이었는데, 연합군이 북아프리카에 상륙한 토치 작전이 터지자 제작사는 개봉을 서둘러 앞당겼다. 실제 지명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시점에 영화가 걸리니 홍보 효과는 저절로 따라왔고, 개봉 얼마 뒤에는 루스벨트와 처칠이 진짜로 카사블랑카에서 만나는 회담까지 열리면서 영화 제목이 한 번 더 화제가 됐다. 사소한 제약 하나와 시대의 우연이 겹겹이 쌓여서 고전이 만들어진다는 게 새삼 흥미롭다.
요약: 애즈 타임 고즈 바이는 여배우의 짧아진 머리 때문에 하마터면 다른 곡으로 바뀔 뻔했고, 개봉 시점도 연합군의 북아프리카 상륙 작전과 맞물려 앞당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