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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내적갈등, 상징, 이별)

J Movie Log 2026. 9. 17. 12:22

목차


     

    영화 "E.T."

     

    외계인과 소년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결국 사랑이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떠나보낼 줄 아는 것이라는 조용한 결론에 다다른다. 어릴 때는 그냥 신기한 외계 친구 이야기로만 봤는데, 나이 들어 다시 보니 이게 은근히 이별에 관한 영화였구나 싶더라. 화려한 특수효과보다 그 안에 담긴 정서가 더 오래 남는다는 게, 이 영화가 몇 십 년째 회자되는 이유 아닐까.

     

    내적갈등: 외로운 소년이 만난 친구

     

    엘리엇은 아버지가 가족을 떠난 뒤, 어머니와 형제들 틈에서도 어딘가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소년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지구에 홀로 남겨진 외계 생명체를 우연히 발견하고, 이 존재를 가족들 몰래 숨기며 돌보기 시작한다. E.T.는 엘리엇에게 단순한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그가 느껴온 외로움을 채워주는 진짜 친구가 된다. 화려한 외계인의 능력보다 아버지의 부재로 생긴 마음의 빈자리, 이 영화가 정말 다루고 싶었던 건 그쪽이 아니었을까. 겉으론 SF지만 속은 결국 가족 이야기다. 어른들의 눈을 피해 아이들끼리만 이 비밀을 지켜나가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순수한 우정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사실 이 영화의 초기 구상은 외계인이 아예 등장하지 않고 부모의 이혼이 아이에게 남기는 상처만을 다루는 이야기였다고 알려져 있다. 감독 자신이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겪었다. 그래서인지 엘리엇의 외로움이 설정을 넘어 훨씬 진솔하게 다가온다. 허구인데도 허구처럼 안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요약: 아버지의 부재로 외로움을 느끼던 엘리엇은 지구에 홀로 남겨진 외계 생명체를 만나 진짜 우정을 쌓는데, 이 관계는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정서적 유대로 그려진다.

     

    상징: 서로 연결된 감정

     

    엘리엇과 E.T.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감정과 감각을 공유하는 신비로운 연결을 이루게 된다. E.T.가 텔레비전을 보며 술을 마시면 엘리엇은 학교에서 갑자기 취기를 느끼고, E.T.가 개구리에게 연민을 느끼는 순간 엘리엇은 해부 실습용 개구리들을 전부 풀어준다. 손끝을 맞대어 빛을 내는 장면 역시 이 둘 사이의 교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와도 이렇게 깊은 유대를 나눌 수 있다니 — 신체적으로 연결된 감각이라는 구체적인 장치가, 돌이켜보면 꽤 독창적인 선택이었다. 이 교감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완성하는 건 엘리엇이 E.T.를 자전거 바구니에 태우고 보름달을 가로질러 날아오르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훗날 감독의 제작사 로고로까지 쓰일 만큼 상징적인 이미지가 됐다. 손끝의 교감이 결국 중력조차 거스르는 자유로운 비행으로 확장된다. 둘 사이의 유대가 얼마나 특별한지, 이 연출 하나가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다. 지금 봐도 저 실루엣 하나로 다 설명이 된다.

     

    요약: 엘리엇과 E.T.가 감정과 감각을 서로 공유하는 설정은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와도 깊은 유대를 나눌 수 있다는 걸 구체적인 감각의 연결로 보여준다.

     

    이별: 몸은 떠나도 마음은 여기에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우주선이 도착하고, E.T.는 엘리엇과 작별해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떠나기 직전 E.T.는 손가락을 엘리엇의 이마에 가져다 대며, 몸은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여기에 있겠다는 말을 남긴다. 소유하거나 곁에 붙잡아두는 대신, 서로의 마음속에 남는 방식으로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엘리엇은 떠나는 우주선을 바라보며 슬픔과 동시에 어떤 성장을 함께 겪은 표정을 짓는다. 아이들을 위한 영화치고, 솔직히 말하면 꽤 성숙한 이별이다. 사랑하는 존재를 붙잡지 못해 슬퍼하기보다, 그 존재가 남긴 흔적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쪽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감독이 이 영화를 오랫동안 비디오로 출시하지 않으려 했다는 후일담도 이런 태도와 맞닿아 있다. 극장에서 처음 마주했을 때의 신비로움과 벅찬 감정이 반복 시청으로 옅어지는 걸 원치 않았다는 것. 이별이라는 감정을 소중히 다루려는 태도가 작품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감정을 아끼는 방식까지 이렇게 일관될 수 있구나.

     

    요약: E.T.는 몸은 떠나도 마음은 함께 있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데, 이는 사랑하는 존재를 붙잡는 대신 그 흔적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성숙한 이별로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