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환자를 쫓는 보안관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이 영화는 끝에 가서 관객이 보고 있던 모든 장면의 의미를 통째로 뒤집어버린다. 개봉 당시 반전으로 워낙 화제였던 작품이라 결말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초반부터 곳곳에 흩어져 있던 단서들이 예사롭지 않더라. 알고 다시 보는 것과 모르고 처음 보는 것, 이 영화만큼 그 차이가 큰 작품도 드물 것 같다. 내용: 섬에 갇힌 보안관 연방 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는 파트너 척과 함께 정신질환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외딴섬 셔터 아일랜드를 찾는다. 실종된 여성 환자를 찾는다는 명목이지만, 테디에게는 아내를 불에 잃게 만든 방화범 앤드루 래디스에게 복수하겠다는 개인적인 목적도 숨어 있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될수록 섬 자체가 뭔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이 짙어진다. 결국 ..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만 들으면 가벼운 SF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가 실제로 파고드는 건 관계 맺는 법을 잊어버린 한 사람의 외로움이다. 개봉 당시엔 그냥 신선한 소재로만 기억했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이게 SF라기보다 거의 지금 우리 얘기처럼 느껴져서 놀랐다. 몸도 얼굴도 없는 존재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이렇게까지 설득력 있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내적갈등: 표현할 수 없던 자기 마음 주인공 시어도어는 타인을 대신해 연애편지를 써주는 대필 작가다. 낯선 부부의 애틋한 마음을 그럴듯한 문장으로 완성해주는 게 그의 직업인데, 정작 그 자신은 아내와 별거한 뒤 누구와도 진짜 마음을 나누지 못한 채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은 능숙하게 대신 표현하면서 자기 감정 앞에서..
돈가방을 둘러싼 추격전이라는 설정만 보면 흔한 범죄 스릴러 같지만, 이 영화는 그 장르의 공식을 하나씩 배신하며 훨씬 더 서늘한 곳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개봉 당시 결말을 두고 말이 많았다는 걸 알고 다시 봤는데, 막상 끝까지 보고 나니 왜 그런 반응이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통쾌한 해결 대신 무력감을 남기고 끝나는 영화라, 보고 나서도 한참 동안 기분이 이상했다. 캐릭터해석: 캐틀건을 든 재앙 돈가방을 되찾기 위해 고용된 살인마 안톤 시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다. 그는 뚜렷한 욕심이나 원한 없이, 그저 자신만의 기괴한 원칙에 따라 사람을 죽인다. 주유소 주인의 목숨을 동전 던지기로 결정하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상대가 이유를 물어도 시거는 그저 동전이 여기까지 25년을 굴러왔다는 알 ..
최고의 드러머가 되고 싶은 학생과 그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는 교수의 이야기는, 성장담이라기보다 광기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완성된다. 처음 볼 땐 그냥 스승과 제자 사이의 극한 훈련담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이 관계 자체가 훨씬 뒤틀려 있더라. 감동적인 성장 영화로만 기억하기엔 찜찜한 구석이 많다. 드럼 스틱을 쥔 손에 피가 맺히는 장면들을 보면서, 이게 정말 예술을 향한 헌신인지 아니면 그저 폭력에 길들여지는 과정인지 계속 헷갈렸다. 캐릭터해석: 제2의 찰리 파커를 찾는 사람 플렛처 교수는 폭언과 폭력을 동반한 극단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을 몰아붙이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예술에 대한 광적인 헌신처럼 보이지만, 그의 진짜 속내는 훨씬 계산적이다. 그는 앤드류를 극한까지 굴욕감을 주기로 결심하는데, 이는 ..
기억을 지운다는 SF적 설정을 빌려왔지만, 이 영화가 진짜로 다루는 건 사랑과 이별을 대하는 태도다. 제목만 들으면 몽환적인 로맨스 영화 같지만 막상 보면 편집 방식부터 상당히 난해한 편인데, 그 어지러운 구성이 오히려 사랑이라는 감정의 혼란스러움을 그대로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정 자체보다 그 설정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가 더 오래 남는 영화다. 내용: 기억을 지우기로 한 선택 조엘은 연인 클레멘타인과 이별한 뒤, 그녀가 이미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웠다는 사실을 알고 홧김에 자신도 같은 시술을 받기로 결심한다. 기억삭제 회사의 기술자들이 그의 집에서 밤새 작업하는 동안, 관객은 조엘의 의식 속에서 최근의 상처부터 처음 만났던 순간까지 거꾸로 지워지는 기억들을 함께 본다. 그런데 기억이..
이 영화는 제목이 매드 맥스임에도, 정작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진짜 주인공은 도망치는 여자들과 그들을 이끄는 퓨리오사다. 액션 장면 하나하나가 워낙 화려해서 처음엔 그냥 눈요기로만 보고 넘기기 쉬운데, 다시 뜯어보면 이 영화가 은근히 하려는 얘기가 따로 있더라. 누가 주도권을 쥐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지, 그 구도 하나만 바꿔도 익숙한 장르가 완전히 다르게 읽힌다는 걸 이 작품이 보여준다. 캐릭터해석: 맥스가 아닌 퓨리오사 폭군 임모탄의 다섯 아내들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물건 취급을 받던 존재들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만삭의 몸으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미끼가 되는 스플렌디드부터, 적이었던 워보이 눅스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케이퍼블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