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떤 영화 순위를 매겨도 상위권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이지만, 개봉 당시 성적표만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지금의 명성만 알고 있으면 상상하기 힘든 반전이 이 영화 뒤에 숨어 있는데, 알고 나면 씁쓸하면서도 묘하게 위안이 되는 이야기다. 마케팅: 낯선 제목의 벽 1994년 개봉 당시 미국 관객들은 쇼생크라는 단어 자체를 낯설어했다고 한다. 발음도 어렵고 무슨 뜻인지 짐작도 안 가는 제목이었으니, 홍보 담당자들이 애를 먹었다는 게 이해가 간다. 이 영화는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 공포소설 작가로만 알려진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다른 색깔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화려한 액션도, 로맨스도 아닌 무미건조한 감옥 이야기라는 인식까지 겹쳐서 정작 대중의..
스릴러 영화 중에 이 정도로 첫 대면 장면이 유명한 작품도 드물다. 렉터와 스탈링이 처음 마주 보는 그 짧은 몇 분이 영화 전체를 대표하는 장면으로 남아 있을 정도다. 그 장면을 다시 보다가 뒷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았다. 수상기록: 16분짜리 오스카 한니발 렉터는 영화 전체에서 등장 시간이 16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앤서니 홉킨스는 이 역할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 여우주연상까지 5개 부문을 모두 가져간 그랜드슬램 영화이기도 한데, 오스카 역사를 통틀어 이 다섯 부문을 모두 휩쓴 작품은 지금까지 단 세 편뿐이라고 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이례적인 결과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오히려 이 캐릭터의 힘을 보여준..
교육을 다룬 영화 중에 이만큼 오래 회자되는 작품도 드물다. 개봉한 지 삼십 년도 넘었는데 지금 봐도 낡은 느낌이 전혀 없어서 다시 찾아봤다. 다시 보다가 이 영화 뒤에 있는 사연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주연 배우가 정해지기까지의 과정부터 캐릭터의 실제 모델까지, 알고 나면 영화가 다르게 보이는 지점들이 꽤 있다. 캐스팅: 감독 교체와 캐스팅 원래 이 영화는 제프 커나가 연출을 맡기로 되어 있었고, 주연은 리암 니슨이 될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키팅 선생님 역으로는 빌 머리와 더스틴 호프먼도 고려됐다고 하니, 지금 우리가 아는 로빈 윌리엄스의 키팅은 여러 갈림길을 거쳐 정해진 캐스팅인 셈이다. 그런데 감독이 피터 위어로 교체되면서 주연 자리는 로빈 윌리엄스에게 넘어갔다. 코미디언 이미지가 ..
얼마 전 홍콩 느와르 얘기가 나와서 오랜만에 영웅본색을 다시 봤다. 1986년 영화인데 지금 봐도 촌스럽지가 않다. 원래 1967년에 나온 흑백영화를 오우삼 감독이 다시 만든 작품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그런데 이 영화, 시작은 지금 남아 있는 화려한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알고 보면 무명에 가까웠던 배우들이 이 작품 하나로 완전히 다른 위치에 서게 됐는데,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화려한 총격전 못지않게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이 많다. 캐스팅: 신문기사 한 줄 캐스팅 오우삼 감독은 1980년대 초반 몇 년간 다작으로 인한 번아웃에 빠져 있었다. 한때는 대만 이민까지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라고 하니, 이 영화를 만들 당시 그는 커리어의 벼랑 끝에 서 있던 셈이다. 게다가 마크 역에는 원래 무명 액션..
공포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은 언급하는 영화가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 샤워 커튼 뒤로 그림자가 지나가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무슨 영화인지 다 아는 수준인데, 정작 이 영화가 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지는 그 장면 하나로 설명이 안 된다. 예산도 넉넉하지 않았고 배우진도 그렇게 화려하지 않았던 영화가 어떻게 지금까지 공포 영화의 기준점처럼 남았는지, 몇 가지 사실만 봐도 짐작이 간다. 연출: 소리와 편집의 힘 히치콕은 스스로 이 영화 효과의 3분의 1은 음악 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버나드 허먼이 붙인 날카로운 현악 스코어를 두고 한 얘기인데, 그 유명한 샤워 장면을 보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장면은 1959년 12월 17일부터 일주일 정도 촬영했고, 실제 완성본은 3분이..
여름마다 바다 얘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소환되는 영화가 있다. 죠스. 상어 지느러미가 물살을 가르는 장면 하나로 사람들을 물가에서 멀어지게 만든 영화인데, 정작 이 영화 속 상어가 화면에 제대로 등장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그리고 그렇게 된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촬영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 영화가 지금 모습으로 남은 게 오히려 우연에 가까웠다는 생각마저 든다. 연출: 안 보여줄 때 더 무섭다 안 보여줄 때 더 무섭다는 건 히치콕이 자주 하던 말인데, 이 영화는 그 원칙을 의도가 아니라 사고로 증명해 보인 경우에 가깝다. 실물 크기로 만든 기계 상어 세 마리에는 스필버그의 변호사 이름을 따서 브루스라는 애칭이 붙었다. 폴리우레탄 재질에 공압으로 움직이는 구조였는데, 바닷물 속에 들어가면 부품이 삭아..